감사
게으름
연휴를 맞으니까, 집에 오니까, 확실히 잠도 많아지고, 계획도 더 세우지 않고 늘어진드아~~ ㅎㅎ 그래도 편안하니까 좋다
감사
아침에 뒷산을 엄마와 두 바퀴 돌고 약숫물도 떠왔다. 걷다 보니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도 종종 보였다. 나도 마지막 반 바퀴는 맨 발로 걸었다. 온 신경이 발바닥에 집중돼서,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도 듣지 못하고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중간중간 황토구역?이 나와서 밟으며 촉감놀이를 했다. 긴장 속에서 걷다가 폭신폭신해서 너무 좋았다.
이 뒷산은 참 오래된 곳인데, 약수터는 내가 미취학 아동일 때도 있었으니까 20년이 넘었다. 물론 그 사이에 아파트도 들어서고 주변 지형이 조금 바뀌기도 하고 약수터도 리모델링? 되었지만, 주민들이 많이 애용하는 산길이라 그런지 길이 정비가 잘 되어있었다.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을 위해 야외 신발장도 있고, 중간중간 벤치도 있고, 종점?이랄까? 반환점에는 운동기구, 철봉 등이 구비되어있어서 운동하시는 주민분들도 꽤나 많았다. 오며가며 등산객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았다.
참 감사하다. 누군가의 노력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세상은 여러 사람의 힘과 도움으로 더욱 아름다워진다.
세상이 이렇게 발전하고, 좋은데, 죽어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마음이.. 팍팍해져서.. 살 힘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많이 쓰인다. 내가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개발도 좋지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 외로운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로 했던, 의식조차 하지 못했지만 받고나서 깨닫게 되더라도, 그 진심어린 관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고 보면 참 재밌다. 나는 공감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MBTI식으로 말하자면 T 성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공감의 힘을 많이 느끼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 간의 소통은 쉬워지지만 그만큼 진심을 나눌 간격은 멀어지고 있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멀어지지 않는 그 일이 중요한 것 같다고 느끼고 거기에 일종의 책임감마저 느끼고 있다.
감사2
주일에는 정교회 성당에서 두 번째로 예배를 드렸다. 개신교에서는 목사님 개인의 해석, 교회의 이슈들에 대해서 듣게 되는데, 정교회 예배는 그런 거 없고 온전히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느님,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 하나이고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그 교회에 대해서 묵상하며,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긍휼을 구하는 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작년부터 해서 지난 두 해동안 교회 고민이 참 많았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사랑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금 느낀다. 다른 사람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너무 당연한 진리인데,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그 씨름은 계속 될 것이다.
이 여정에서 정교회를 만난 것은 내게 정말 크나큰 복이 아닐 수가 없다. 주님이 세우신 그 교회, 그 장엄한 역사를 가진 교회를 이제서야 만났고, 그 교훈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드디어 만났다.
나는 이제껏 영적 고아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생겼다. 그 교회, 영적 아버지. 나는 물론 세례도 정식으로 받지 않은 외인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 우리가 하나라고, 주님의 몸된 교회의 지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은 어떠 하든 신경쓰지 말고 내 사랑은 내가 하는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신 주교님께 감사드린다. 내 긴 이야기 다 들어주시고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의 그 비밀스런 자유를 일깨워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올해로 여든 여덟 정도되셨다. 중이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서 귀가 먹으셔서 왼쪽 귀에 바로 갖다 대고 말해야 겨우 알아들을 정도고, 일상적인 대화 거리에서는 소통이 아예 되지 않는다. 쉬운 단어만 할머니가 눈치로 입모양을 보고 알아듣는 수준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스스로 말씀하시길 좋아하셔서 듣지도 못하시는데 말이 참 많으시다. 그래서 엄마는 들었던 얘기 또 들으면서 많이 괴로워 하시더라.
그동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할머니와 대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다짐했다. 적어도 한두 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해서 말동무 해드려야지.
안타까운 건 말이 안 들리고 거동이 불편한 것도 그렇지만, 그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귀먹음 뿐만 아니라 마음도 귀가 먹으셨다. 워낙 고생하면서 살아온 세월 탓이다. 감히 내가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래도 남은 생 평안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할머니 제발 마음 편히 사셔요. 애써 남은 생 고생 사서 하지 마시고, 이미 지난 이야기들 이제는 꽉 쥔 손에 힘을 빼고 그저 보내주셔요..
30년 만에 어머니의 대구 고모 내외와 그 아들 내외 분이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쪽도 고모부님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짧은 시간있다 돌아가셨지만, 추석 연휴에 가족간의 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참 별 거 없는데, 서로 연락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 서로의 삶의 애환을 나누고 공감하는 그거. 그건데.. 그 일상의 위대함에 우리 세대는 많이 소홀해졌다.
나는 사실 많이 모자란 사람이라 여력이 많지 않은데,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마음 공부, 마음 수련도 남은 여유를 들여서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나라 이 세상이 조금 더 부요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물질적 부는 이미 충분하지 않나.
일
아무리 마음 편히 가지려고 해도, 종종 앞으로 다가올 빡센 스케쥴에 지레 겁을 먹고 불안감을 품게 된다. 그래서 카페에 왔다. 한 시간만 일하고 놀자~ 하는 게 어디야~ ㅎㅎ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도민아. 나누면서 살기도 아까운 세상인데, 누가 안 쫓아오니까 할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고, 부족한 부분은 혼도 나고 민폐도 끼치고 사과하고 그만큼 또 열심히 하고, 다만 도망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거짓으로 나를 보호하려 들지 말자. 언제나 내게 남은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 숨 크게 들이 마쉬고 내쉬고 한 걸음 내딛자. 그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