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도 산책

삶의 의미, 종교

redsiwon 2020. 11. 16. 08:53

지난 토요일에 학교 친구 민우의 권유로 오메가 교회 행사에 참석했다. 온통 새로운 사람들과 짧은 시간동안 간단한 게임들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ㅋㅋ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전도를 했다. 교회에 나오라고. 내가 바쁘다며 아무리 내빼도, 그들 중 몇몇이 각자만의 스타일로 끈질기게 설득했다. 

 

나는,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사실 바쁘지는 않다. 바쁘다는 말은 참 재밌는 말이다. 내가 내 삶의 의미를 모르는데, 내일 죽으면 다 끝인데, 도대체 뭐가 바쁜 거지? 지금 하고 있는 학업이나 연구나 그런 관점에서 부질없다.

 

결국 일요일 저녁 예배에 참석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몇 시간 후에 엄마와 통화할 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뛴단다. 우리 엄마는 정말 신앙심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부분에서 배타적인 엄마의 성향이 나를 계속 밀어내왔다. 수십 번 수백 번을 싸우고, 결국 지금까지 내 마음대로 살고 있었는데, 삶의 의미, 이 공허감은 도무지 채워지지가 않았다. 뭔가 더 잘 살아봐야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지 하는데 계속 자빠졌다.

 

동기를 상실했으니까.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이었나. 이따금 게임에 미치든 유튜브에 미치든 야동에 미치든 뭔가에 미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뭔가 삶을 낭비했다는 짙은 후회가 찾아와 그것에 대해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후회의 감정은 서서히 잊혀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지'가 근본적인 삶의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또 저지르고 또 후회하고, 그것을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썼었던 지원이와의 대화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살아 간다는 말은 사실 애초에 말로써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지 말아야지'가 근본적인 삶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다시 정리해보자. 어떤 후회 때문에 얼마간 후회하지 않도록 살면, 후회의 감정을 망각한다. 그러면 같은 행동이 후회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망각된 감정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행동을 저지른다. 이것은 늪이다.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도대체 어찌해야 될까? 이것이 당면한 문제이다.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활력을 얻는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더 나아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홀로 허무함에 빠져있으면 더, 더 허무해진다. 다른 사람의 목적있는 삶을 통해 삶의 의미를 간접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이거나 저거나 뭔가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 느낌인데, 별다른 대안이 없다.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삶은 자신을 찾는 무언가가 아니라 만들어 가는 무언가이다.'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는 감탄했지만 실질적으로 이행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는다. 조던 피터슨과 수잔 블랙모어의 토론을 보면, 허무주의적 무신론자들도 마치 무언가 '의미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과학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삶의 의미와 관련된 영역에 '밈 Meme'이라는 비과학적 개념을 도입해서 억지로 무마시키려 든다. 내겐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오늘 새벽예배까지 나갔던 것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사람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교회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광경.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다 미친자들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미친 것이 맞지. 삶의 의미가 있다는 말은 무언가에 미쳤다는 말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테니. 

 

그러고 보면 웃긴 것은 결국 다시 교회로 돌아와버렸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아서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 실존의 무게를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 교회를 다니는 것을 그만 둔 것인데,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고 우습다.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나는 갖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갖고 있는 그 삶의 의미라는 것을 간접 체험하면서, 내 삶의 의미가 형성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밭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 결국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추상적인 다짐 뿐이다. 그런데 어떡해. 진짜 이것 뿐인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