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존재는 비교를 낳는다
이 책에서 주목하게 되는 첫 번째 통찰이다. 타인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비교를 낳는다.
그렇다! 가만히 바라보자.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은 춤을 추는 댄서이고, 얼마 전에 경연 대회에 참가했었다. 한 사람은 늘 같은 동작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은 훌륭한 실력으로 입상하였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실수가 많은 댄서가 입상한 댄서에게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처럼 똑같이 실수하냐.. 진짜 못해먹겠어..”
그때, 상대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한다.
“정말 속상하겠다.. 그래도 힘내. 좀 더 열심히하면 분명히 잘 할 수 있을거야!”
그래, 이것은 위로이고 격려다. 그러나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다.
“힘내, 잘 해봐, - 나처럼.”
누군가는 이것이 난폭한 상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설령 입상한 댄서가 ‘나처럼’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듣는 실수 많은 댄서에게는,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에게는, 이 무시무시한 ‘나처럼’의 음울한 음성이 언제든 뛰쳐나올 수 있는 자세로 가만히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이렇듯 모든 실망과 좌절, 위로와 격려의 이면에는 그보다 나은 바람직한 어떤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가 자연스레 암시된다. 그렇다. 그래서 이것은 비교다.
더 나아가 모든 다른 사람은 존재 자체로 비교를 자아낸다. 나와 너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비교한다.
비교로부터 자유로운 인간관계는 희박하다. 오직 아기와 마주한 경우만 비교 대신 침묵을 낳는다. 왜 그런가? 비교할 만큼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인간관계를 벗어나 광활한 자연 앞에 마주할 때, 복음과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들의 백합과 공중의 새를 마주할 때, 그때라야 비로소 사람은 침묵을 경험할 수 있다. 왜 그런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가 어쨌다는 건가? 필연적으로 비교가 발생한다는 것에 문제라도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뭘까? 갑작스레 뛰쳐나온 비교의 앞니에는 염려라는 독이 묻어있다는 것이다.
(계속...)
'일상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앨버트 앨리스,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방법> 리뷰 - REBT 합리적-정서적-행동 치료 개념 정리 (3) | 2024.09.18 |
---|---|
조던 B.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리뷰 -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2) | 2024.09.05 |
박영선, <하나님의 열심> 리뷰 1.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창12:1~3) (0) | 2023.11.30 |
마르틴 루터, <그리스도인의 자유> 리뷰 2 - 이웃 사랑과 섬김은 곧 자유로운 복종, 기독교 신앙에 대한 양극단의 오해 (1) | 2023.10.20 |
마르틴 루터, <그리스도인의 자유> 리뷰 1 - 속사람과 겉사람, 존재론: 믿음과 행위에 대하여 (1) | 2023.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