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도 산책

나태함에 대하여

redsiwon 2019. 11. 23. 01:02

언제 시작 됐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최소 7년 이상

나태 > 후회와 죄책감 > 도전 > 나태의 굴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굴레의 문제점은 해야 할 때 하지 않음으로써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에 젖게 하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므로 놀 때도 편히 놀지 못하고, 쉴 때도 편히 쉬지 못한다.

사후세계는 차치하고서, 이것이 현생에서의 지옥이 아닐까 싶다.

위의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여 이 굴레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이 글을 써본다.

 

먼저 말의 뜻에서 출발해보자.

나태, 게으름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무어라 정의하고 있는지 먼저 찾아보자.

 

나태: 행동, 성격 따위가 느리고 게으름.

게으름: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태도나 버릇.

여기서 한 번 더 파고 들면

행동: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함.

즉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움직임이 느리거나 혹은 어떤 일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것을 나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나태, 게으름이란 말 자체가 어떤 일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목표를 전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없고 등 따숩고 배 부르다면 사람은 부지런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하면, 만약에 어떤 사람이 목표가 없다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이런 관점을 갖고서 나태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해보면

 

나태란 '계획하지 않은 행위'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즉 내가 계획대로 행동하고 있으면 나태하지 않은 것이고

계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기고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면 나태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태라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왜 계획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가?

목표와 동기부여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1. 목표가 실현가능성이 없어서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할 때

2. 지금의 목표보다 더 자극적인 무언가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았을 때

 

1에 대해서는,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나의 수준과 수행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분화하여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에 대해서는 (1의 해결조건을 충족시켰다 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감정보다 더 큰 자극의 유혹과 마추질 수 있는데,

그런 유혹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즉, 환경 설정을 통해 그런 유혹과 대치하는 빈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을 결코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태하지 않고 계획한 대로만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시점에서는 유혹과 맞서 싸워 이겨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감정과 계획이 일치하지 않는 어느 한 순간에는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는 것을 참고, 계획한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중간 정리로 나태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들을 정리해보면,

1. 나의 수준을 고려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2. 나를 꾀어내는 유혹들을 파악하여, 그런 유혹과의 대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3. 목표대로 실천한다.

4. 목표를 얼마나 수행했는지, 어떤 유혹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통해 나의 수준과 유혹들을 더 정교하게 파악한다.

5. 위의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나 유혹과의 대치에서 싸워 이겨내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이 시점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1. 감정은 행동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1-1. 가능하다면 내가 그것을 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1-2. 불가능하다면 목표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끌리도록 내 감정을 바꿔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감정을 바꿀 수 있는가?

 

먼저 감정과 행동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삶을 반추해봤을 때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동시에 여러 감정을 느끼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특정 행동을 강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자유 의지는 개뿔, 결국 자극적인 유혹에 이끌려 행동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그런 자유 의지가 힘써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숱하게 도전했지만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감정을 바꿀 수 있을까?

잠깐, 이 말 자체가 굉장히 묘한데, 원한다는 것도 감정이고, 바꾸려고 하는 대상도 감정이다.

목표대로 행해야 한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 성공하고 싶다 등의 감정과

지금 당장 유튜브를 보자, 이 포스트를 눌러서 읽자, 야동을 보자, 자위를 하자 등의 감정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감정의 진폭의 크고 작음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100%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우 높은 확률로 더 큰 자극에 휩쓸린다.

 

여기서부터는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어디로 걸음을 떼야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여기서부터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논리보다는 신념이 필요할 것 같다.

 

1. 감정이 태도나 행동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2. 감정은 현상에 대한 반응일 뿐 어떤 의미도 없다.

3. 감정에 따라 태도와 행동을 취했다고 해서 내가 무능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4. 감정에 따라 태도와 행동을 취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5. 언제든 내 자신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6. 감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고 파악하면 감정에 대처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 내밀히 관찰해보자.

감정과 '나'를 엮지 말고 일어나는 감정에만 집중해보자.

감정이 정말로 태도나 행동을 유발하는가?

말에 휩쓸리지 말고 직접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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