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끌려가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힘들어지더니 특히 이번 20년 하반기가 유독 힘들었다.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향후 내 2년의 삶이 이 지독히도 싫은 석사 과정-연구에 얽매여있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굉장히 게을러졌다.
게을러졌다. 혹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갑자기 님 뭔 솔? 어떻게 그게 게으름이랑 연결됨? 그냥 님이 게으른 거지 핑계대지 마삼." 나는 석사 연구가 너무 싫었다. 내가 원하지도 않고 주변에서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군집로봇'이라는 분야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현실이 싫었고, 이 '군집로봇' 분야에 대해 지도교수님께서 아무런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싫었고, 이 '군집로봇'이 실제 산업계에 적용될 가능성이 극도로 희박해 보이고 의미가 없어보여서 너무나도 싫었다. 스트레스가 날 짓눌렀다. 그러나 재수를 세 번이나 했고 그 이후로도 숱하게 시간을 날려보낸 자신에 대한 짙은 후회가, 어떤 일이든 하기 싫은 일도 꾹 참고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다가와 날 이도저도 못하게 가로막았다. 더 큰 스트레스가 날 옥죄어왔다. 그랬더니 게을러졌고, 그래서 죽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혹자는 또,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갑자기 뭘 또 죽는대? 님 개소리 좀 적당히 하삼. 지랄옆차기 그만하고 님 연구나 하러 가삼^^" 내가 마주한 스트레스가 내가 가진 나쁜 습관과 연결되어서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진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며칠간 했었다. 뭘 하고 싶다는 의욕이 아예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이라면 맡은 일은 성실히 하는 성격이었는데 그마저도 다 내팽개칠 정도였다. 나는 텅 비어있었다. 몸은 있는데, 영혼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공허감을 잊기 위해. 다 미루고, 말초적인 자극에 몸을 내던졌다. 나에겐 마약이나 다름 없는 유튜브, 인터넷방송, 커뮤니티, 음란물에 더욱더 빠져들었다. 즉 더 게을러졌고 그럴수록 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으나...
그러나 이제로부터 나는,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빠밤...!!!
여기에는 다음의 두 가지 비결이 있다.
첫 번째, 스트레스의 근원이 사라졌다. 어떻게? 새벽에 일이 벌어졌다. 교양 1학점 때문에 졸업을 못할 뻔했다 (지금은 해결됐다). 만약 졸업을 못하면, 자연히 석사를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나에게 광명이 찾아오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해방이다! 자유다!! ㅈ같은 군집로봇 안녕!!!' 그러면서 내 앞 길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일단 웹 벡엔드 개발자를 지향한다. 운영체제가 재밌고, 네트워크가 재밌다. 나는 지금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있다. 그렇다면?
1. 겨우 1학점 때문에 졸업을 못하면 다음 학기를 등록해야 할까? 대학교에서 경험할 만큼 경험했다. 학위 따위가 뭔소용이랴. 졸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후에 프로그래밍으로 돈벌이를 하려면 더 배워야 한다. 남들에게 내세울 이렇다할 제대로 된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다. 취준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평일 4시간정도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8,500원 *4 = 34,000. 대충 한달에 22일을 일하면 68만원. 대충 70만원이라고 하자. 월세 내고, 밥값 내고 빠듯하다. 그래도 대충 살 수 있다. 남는 시간에는 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속 배워서 능력을 갖추자.
2. 그런데 만약 졸업을 할 수 있게 되면, 기존의 길을 그대로 걸을 수 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ㅈ같은 군집로봇은 더 이상 내가 뚜렷한 성과를 창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일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월급 150만원. 거의 2배다. 1에서 알바하는 경우처럼 생각해서 하루에 4시간만 빡집중해서 연구하고, 나머지 시간에 내 공부를 하면? 완전 [dog][ssap]이득이다. 심지어 알바를 하면 내 공부와 연관이 1도 없지만 석사를 진행하면 군집로봇이라는 분야가 아무리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도 전공과 코딱지만큼이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만둔다는 가정, 앞으로의 길을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졸업을 못하면 금전적으로는 힘들겠지만, 그 지독한 군집로봇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졸업을 할 수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되, 마인드를 바꿔서 가벼운 마음으로,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내 장래를 준비할 수 있다. 즉 연구를 계속하면서 취업 시장에 맞는 능력을 계속해서 배양하고, 계속 취업을 시도하면서 취업이 되면 '런'하면 된다. 둘 다 좋다.
두 번째, 깨달았다. 게으름과 미루는 행동은 나의 정체성이 아니다. 나는 다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몇 가지 좋지 않은 습관을 갖고 있을 뿐이다. https://youtu.be/dtpNAC7MixE 미루는 행위는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습관이다. 나는 이제 좋은 습관을 새롭게 만들면서 나쁜 습관을 고쳐나갈 것이다. 나름대로 충동 통제 및 선택 프로세스도 개발했다. 이것으로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변하진 않겠지만 서서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아주 편안, 평-안하다. 이번에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가? 하여, 지금의 이 시점을 인생 제 3막에 들어서는 시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세상에 빛을 본 시점이 제 1막, 드디어 인간으로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여 재수를 결심하고 시작한 시점이 제 2막, 그리고 지금, 제 3막. 나중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장을 달성해서 성장 스토리와 자체 개발한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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