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신앙 묵상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 건져주신 은혜’라는 말이 불편하다

사색볼펜 2026. 3. 4. 23:09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담임목사님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고백하실 때, 입버릇처럼 하시는 고백이다. 물론 당사자께서는 이 고백을 하며 때로는 울먹이시기도 하시는데, 당연히 개인의 감정은 존중 받아 마땅하고 그것을 뭐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내가 이 고백을 들을 때마다 다소 불편한데, 도대체 무엇이 불편한 것인지 스스로 글로 정리해보고 싶어서 쓴다.

 

내가 불편한 지점은 ‘죄인 건져주신 은혜’가 아니고, 죄인을 수식하는 ‘죽을 수밖에 없는’에 있다.

 

구체적으로 왜 이 부분이 불편하냐 말하자면 전제가 요구되는데, 나는 이 고백이 ‘구원에 대한 고백’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 들을 때마다 그렇게 느껴진다. 보통 구원이라 함은, 최초로 예수를 믿게 된 사건, 신학적으로는 구원의 서정 중에서 칭의의 은혜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건을 의미할 것이다.

 

칭의 경험은 개인마다 다소 상이할 수는 있겠으나 ‘나는 죄인이다’라는 깨달음과 믿음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즉 이전에는 죄가 죄인줄 몰랐는데, 이제는 죄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죄란 곧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남이다. 그렇기에 칭의 경험이란 스스로 자유롭다 믿었던 한 개인이, 하나님이 없으면 어떤 것에서도 만족할 수 없음을 깨닫고, 특히나 도덕적으로 완전함에 이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무력함과 그에 따른 절망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은혜를 깨닫고, 그 은혜로 다시 하나님께 나아가 그분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는 사건이다.

 

문제는 여기서 ‘죄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언제나 그 뜻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 번도 그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마 문자적 해석에 따른 의미이리라. 즉 발화자의 그간의 설교를 미루어보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의 의미는, 결국 흔히 일컬어지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구호로 대변되는, 복음서와 요한계시록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불지옥을 의미하리라. 즉 예수를 믿지 않으면 불지옥에 빠진다는 불신자를 향한 심판의 의미를 나타내리라. 그러나 과연 이것이 참인가?

 

물론 죄인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는다. 하나님께서는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이란?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죽어 있다. 그들은 이미 지옥에 있으면서도 지옥을 알지 못하기에 지옥을 경험하지도 못한다. 지옥을 알기 위해선 계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옥이란, 믿는 자, 곧 살아있는 자를 향한 경고이며, 살아있으나 죽은 자, 곧 믿는다고 말하지만 믿음대로 살지 않는 위선자들을 향한 징계이다.

 

그러므로 죄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즉 불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당할 수밖에 없다는 그러한 믿음은 본질적이지도 필수적이지도 않으며 무엇보다도 그 의미가 옳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이 말조차 본질적이고 필수적이며 옳을 때가 있다. 그때는 오직 신앙을 갖게 되었으나 하나님을 잊고 방탕하게 살며, 스스로 자초한 무덤 속에 묻힐 때다. 이것은 불신자에서 신자로의 이행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며, 이 메시지는 불신자가 아닌 오직 악한 신자를 향한다. 만일 이 고백을 적절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의미가 분명하게 나타나도록 이 고백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악한 신자로서 방탕한 삶을 살았으며, 자신의 힘으로는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의지하지 않고는 도무지 죄를 이겨낼 수 없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이 메시지가 발화되는 맥락상 위와 같은 늬앙스는 전혀 느낄 수 없으므로 불지옥으로부터의 구원으로밖에 해석할 길이 없으므로 이 메시지를 들을 때마다 나는 고통스럽다.

 

개신교여, 그저 구습을 답습하는 편협한 문자적 해석에서 벗어나자. 기독교의 역사는 400년 남짓이 아니라 2천년도 더 됐다. 아우구스티누스, 칼뱅, 조나단 에드워즈 같은 선배들만 좇지 말고 시야를 넓히자. 적어도 니사의 그레고리오스, 고백자 막시모스 등과 같은 선배들은 성경을 다르게 보았다.

 

불지옥이 그렇게도 좋나? 나는 치가 떨린다. 누군가에게 공포를 조장하여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데, 어찌 영원한 고통이라는 말도 안되는 공포로 삶 자체의 전격적인 전환을 촉구할 수 있는가? 성경에 따라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 이전에, 최소한 하나님께서 뜻하신 바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고 연구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실존은 물론 신앙생활에도 아무런 긍정적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개념이 순수한 신앙의 필수적 구성요소로서 가르쳐지고 있는 실태가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아쉬움과 별개로 스스로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던 불편함을 이해하게 되어 시원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같은 메시지도 조금은 더 태연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링크: 지옥이란?